詩
* 박준 < 처서 >
환상의 빛
2022. 10. 31. 10:06
앞집에 살던 염장이는
평소 도장을 파면서 생계를 이어가다
사람이 죽어야 집 밖으로 나왔다
죽은 사람이 입던 옷들을 가져와
지붕에 빨아 너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바람이 많이 불던 날에는
속옷이며 광목 셔츠 같은 것들이
우리가 살던 집 마당으로 날아 들어왔다
마루로 나와 앉은 당신과 나는
희고 붉고 검고 하던 그 옷들의 색을
눈에 넣으며 여름의 끝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