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김소연 < 이별의 불면증 >
환상의 빛
2022. 10. 27. 20:23
너는 마치
이불을 재워주기 위해 잠이 드는 사람 같아
내 품에 안겨서
초록색 이불이 조금씩 몸을 뒤척이네
품었던 것의
품고 있던 독을 고스란히
자기 육체로 옮겨오는 사람처럼
먼 곳을 생각하는 자의 표정을 짓지
독충처럼
꼬리 끝이나 대가리를 곧추세우는 대신
언제고 입꼬리를 올리지
이불을 재우는 사람처럼
너의 잠은 동그랗네
크고 작은 동그라미들이 비눗방울처럼
네 언저리에 둥둥 떠오르네
너는 모로 누워
부탁해요, 제발
기도하는 사람처럼 두 손을 모으고
곤히 잠들어 있네
이것은 꿈이 아니지
말하지 않을 땐 마지막 남은 너의 고백 같아서
부탁으로 나는 그걸 알아듣지
이불은 에메랄드 사원의 와불처럼 누워
네 살결을 만지고 있네
네 살결이 먼저 선잠에서 깨어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