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강성은 < 동지(冬至) >
환상의 빛
2022. 10. 22. 18:17
누군가 내 얼굴 위에 글자를 쓰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그 글자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내 얼굴은 얼마나 넓은지
글은 얼마나 긴지
나는 앞서간 글자를 잊고
밤새 그의 손길을 따라갔다
너무 멀리 가서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 생각되었다
그 사이 누군가 빗자루로 내 잠을 저만치 쓸어놓고
나를 먼데로 옮겨다 놓고
나는 저만치 쓸려갔다 쓸려오고
그 위로 눈이 쌓였다
그의 밤은 얼마나 긴지
나의 밤은 얼마나 먼지
끝없이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