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박이문 < 미리 써 본 유서 >
환상의 빛
2022. 10. 22. 18:04
추한 것도 많았지만 아름다운 것도 많았지요.
미운 것도 많았지만 예쁜 것도 많았지요.
가난하지만 힘껏 살았소.
짧았지만 오래 살았소.
오래 살았지만 꿈같은 시간이었소.
후회한들 무엇하랴.
힘이 닿는 데까지 살았다오.
이제 아주 나쁜 것도 좋소.
모든 게 좋소.
추한 것도 아름답소.
모든 게 아름답소.
후회도 소망도 없이,
아쉬움도 충만도 없이
그냥 담백하고 맑게 가라앉은 심정으로
모든 것과 조용히 화해한 심정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