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현미 < 물구나무선 목요일 >

환상의 빛 2022. 10. 10. 17:30

   1 
비밀이 필요한 계절이었고 
우리는 시장에 갔고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우리는 값을 치러야 했고 
그것은 어딘가로 날아갔다

그때 누군가 날아가는 그것의 뒤통수를 향해 소리쳤다 

" 이별! 너는 정말 끔찍하게 아름답구나."

   2 
 한 스님이 물이 가득 찰랑이는 유리컵 속에 한방울의 잉
크를 떨어뜨리고 물었다. 
 이 물이 다시 맑고 투명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이겠느냐 

   3
단 한방울의 잉크를 
단 한방울의 잉크가 
단 한방울의 잉크로 

본디 그것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