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재 < 봄 편지 >

환상의 빛 2022. 10. 8. 20:20

사월의 귀밑머리가 젖어 있다. 
밤새 봄비가 다녀가신 모양이다. 
연한 초록 
잠깐 당신을 생각했다. 

떨어지는 꽃잎과 
새로 나오는 이파리가 
비교적 잘 헤어지고 있다. 

접이우산 접고 
정오를 건너가는데 
봄비 그친 세상 속으로 
라일락 향기가 한 칸 더 밝아진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으려다 말았다. 

미간이 순해진다. 
멀리 있던 것들이 
어느새 가까이 와 있다. 

저녁까지 혼자 걸어도 
유월의 맨 앞까지 혼자 걸어도 
오른 켠이 허전하지 않을 것 같다. 

당신의 오른켠도 연일 안녕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