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이병률 < 마음의 내과 >
환상의 빛
2022. 10. 6. 09:12
이 말이 그 말로 들릴 때 있지요 그 말도 이 말로 들리지요 그게 마음이지요 왜 아니겠어요 몸
피는 하나인데 결이 여럿인 것처럼 이 사람을 귀신이라 믿어 세월을 이겨야 할 때도 있는 거지
요 사람 참 마음대로지요 사람 맘 참 쉽지요 궤짝 속 없어지지 않는 비린내여서 가늠이 불가하
지요 두 개의 달걀을 섞어놓고 이게 내 마음이요 저것이 내 맘이요 두 세계가 구르며 다
투는 형국이지요 길이가 맞지 않는 두 개의 자(仔)이기도, 새벽 두 시와 네 시 사이이기도 하지
요 써먹을 데 없어 심연에도 못 데리고 가지요 가두고 단속해봤자 팽팽히 와글대는 흉부의 소
란들이어서 마음은 그 무엇하고도 무촌(無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