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박주택 < 이별의 역사 >
환상의 빛
2022. 10. 3. 15:08
극장 앞에는 의자가 놓여 있네
그 의자 비에 젖네 가을비 내려 뒹구는 잎사귀 젖고
술집의 문고리도 젖어 잠마저 젖는 어느 가을날
이별이 이토록 쉬운 것이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네
기억은 가물거리지도 않고 평생을 바친 힘으로
한사코 망각을 물리치네, 이것이 누구의 이별이든
모든 이별에는 흐느낌이 있네, 잠 못드는 저 애인들
술집에서, 작은방에서,깊은 시름에서
그림자마다 조금씩 비에 젖고 인간의 역사가
이별의 역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올지라도
이별은 언제나 처음인 것을 그리워하여, 몸은 아프고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고 두려운 아침이 오지만
그러나 이별도 순환하여 사랑이 사랑과 만나는 것처럼
이별도 이별과 만나 사랑이 낳은 이별을 힘껏 껴안는 것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