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리 < 세월이 가면서 내게 하는 귓속말 >

환상의 빛 2022. 9. 26. 06:00

나를 울려놓고 너는

내가 안 보인다고 한다 

이 깊은 울음바다 속을 해매다니는

날더러 바람 소리라고 한다 해가 가고 

달이 가는 소리라고 한다 

나를 울려놓고 울려놓고 

가을나무가 한꺼번에 

제 몸을 흔드는 소리라고 한다 

수수 백년 내 울음소리 위에 턱 괴고 누워선 

아무도 없는데 

누가 우느냐고 한다 

설핏한 해 그림자 

마침내 떠나갈 어느 기슭에 

꾀꼬리 소리 같은 草墳(초분) 하나 지어놓고선 

어서어서 군불이나 더 지피라고 한다 

새하얗게 이불홑청이나 빨아놓으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