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이수명 < 나를 구부렸다 >
환상의 빛
2022. 9. 24. 10:47
복도 끝에 너는 서 있다.
너에게 가려고
가지 않으려고
나는 허리를 구부렸다.
그때 피어난 바닥의 꽃을 향해
그때 숨어든 꽃의 그림자를 향해
허리를 구부렸다.
구부러진 채
나는 펴지지 않았다.
복도를 떠돌던
나의 빛은 구부러진 채
나의 나날들은 구부러진 채
펴지지 않았다.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그때 흔들린 꽃에 대해
그때 사라진 꽃의 그림자에 대해
나는 말하지 않았다.
너에게 가려고
가지 않으려고
구부러진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