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향 < 반지 >

환상의 빛 2022. 9. 20. 07:33

끼고 있던 반지를 벗었다

희미한 자국이
조금 슬픈 듯 자유로워 보였다 처음,

반지를 끼던 날이 생각났다

당신 때문이라고 밀어붙이지만
내 스스로 테두리를 만들었다는 걸

빠져나와보면 너도 알겠지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다는 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저 강기슭 너머까지 우리를 옭아매던 그때도
꼭 나쁘지만은 않았지

반지는 반지대로 손가락은 손가락인 채로
가끔은 공유했던 외로움을 서로에게 끼우며

반지는
테두리를 더 고집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