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함민복 < 서울 지하철에서 놀라다 >
환상의 빛
2022. 9. 6. 07:17
1
열차가 도착한 것 같아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스크린도어란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민망하여 별로 놀라지 않은 척 주위를 무마했다
스크린 도어에, 옛날처럼 시 주연(住聯)이 있었다
문 맞았다
2
전철 안에 의사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두 귀에 청진기를 끼고 있었다
위장을 눌러보고 갈빗대를 두드려보고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옛 의술을 접고
가운을 입지 않은 젊은 의사들은
손가락 두개로 스마트하게
전파 그물을 기우며
세상을 진찰 진단하고 있었다
수평의 깊이를 넓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