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최승자 시집 < 이 時代의 사랑 > 노트
환상의 빛
2022. 9. 6. 07:14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꾼다. 그럼으로써 시인은 존재한다.
그는 내일의 불확실한 희망보다는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믿는다.
그리하여 시는 어떤 가난 혹은 빈곤의 상태로부터 출발한다.
없음의 현실을 부정하는 힘 또는 없음에 대해 있음을 꿈꾸는 힘, 그것이 시이다.
그 부정이 아무리 난폭하고 파괴적인 형태를 띤다 할지라도 그것은 동시에 꿈꾸는 건강한 힘이다.
그리하여 가난과,그 가난이 부정된 상태인 꿈 사이에서 시인은,
상처에 대한 응시의 결과인, 가장 지독한 리얼리즘의 산물인 상상력으로써 시를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로써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밥벌이를 할 수도 없고 이웃을 도울 수도 없고 혁명을 일으킬 수도 없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배고파 울 때에 같이 운다든가, 다른 사람들이 울지 않을 때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울어 버릴 수 있다는 것뿐이다.
시인이 할 수 있는 소위 가장 건설적인 일은 꿈꾸는 것이 고작이며,
그것도 아픔과 상처를 응시하는 <지극히 개인 적인> 부정의 거울을 통해 비추이는 꿈일뿐이다.
* 최승자 시집 < 이 時代의 사랑 >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