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미 < 혼자라는 건 >

환상의 빛 2022. 9. 1. 06:40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
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힘든 노동이라는 걸 

 고개 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한다는 걸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