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은 < 환상의 빛 >

환상의 빛 2022. 8. 19. 08:18

 옛날 영화를 보다가 
 옛날 음악을 듣다가
 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생각했다

 지금의 나보다 젊은 나이에 죽은 아버지를 떠올리
고는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생각했다

 명백한 것은 너무나 명백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몇 세기 전의 사람을 사랑하고 
 몇 세기 전의 장면을 그리워하며
 단 한 번의 여름을 보냈다 보냈을 뿐인데

 내게서 일어난 적 없는 일들이 
 조용히 우거지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눈 속에 빛이 가득해서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