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림시인
* < 순환선 >
환상의 빛
2022. 8. 13. 07:53
역으로 가는 길은 일방통행이었다.
공복 속을 저녁 까치가 날아오르고
저문 목소리는 미세한 꽃가루에도
가느다란 편도선을 섬세하게 피웠다.
꽁지를 뒤쫓기만 하는 순환선 사랑
떠나버린 열차는 황홀하기까지 했다.
공구르는 발목마다 어둠이 덜컹대고
돌아오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자리걸음으로 잠시 머물지라도
유리창마다 칸칸이 채색되는 밤불들
가끔은 한 장 강물이 연처럼 날기도 했지만
기적처럼 울고 가는 늙은 소경의 하모니카 소리에
유리창 속으로 들어가 울어 본 사람은 있을까,
막차를 보내고 귀가하는 혼잣길은
뒷모습만이라도 사랑한 사람이 기적처럼
덮고 자야 할 비애 같은 거나 칼날 같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