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림시인
* < 시집, 그 속의 사막 >
환상의 빛
2022. 8. 13. 07:31
오래 전에 덮어 둔 사랑시집을 꺼내 읽으려다
바래진 표지만큼이나 켜켜이 쌓인 먼지를 보았습니
다.
시집 안에 버려져 있던 사랑의 낱말들이 막무가내로
내 가슴을 난도질하고 느낌표나 물음표가 사랑 안에는
없음을 알았습니다.
사랑 안에 놓여진 징검다리를 보았습니다. 한 발을 잘
못 디디면
온몸이 물에 젖는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한 번 물에 젖은 몸은 쉬이 마르지를 않고 오랜 시일
사막을
헤매 다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 아닌 것들은 이 세상에 없는 것이어서
모두가 한두 번 쯤은 그 물에 빠지고
사막을 헤매 다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시집을 덮고 눈을 드는 순간 거기 정말처럼 펼쳐져 있는
한 장의 신기루를 나는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