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이영광 < 등 >
환상의 빛
2022. 5. 2. 13:07
등에는
눈이 없고,
코도 입도
가슴도 없는데
돌아서 가는
사람의 등은
먹먹하고
둥그렇고
기웃하다
진짜 얼굴은
등에 있는 것 같다
얼굴이
두리번거리고
화들짝 놀라고
붉게 달아오를 때
등은,
숨겨주고
눕혀주고
붙잡아
일으켜 세워준다
앞이란
언제나 휘둥그런
간판 같은 녀석
힘내어
큰 소리 치다간
풀죽는 녀석
입간판 들여놓고
셔터 내리고
울음을 내놓으려 하는 얼굴을,
자꾸
품속을 파고드는
앞을
부릉 부릉 부릉
헬멧에 점퍼로
단단히 여민
등이
안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