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림시인

* < 물레방아가 쉼없이 저를 공굴리는 지하실에서 >

환상의 빛 2022. 4. 22. 10:46

 가지 않아서, 아니, 가질 못해서 먼 길이 있다면

 지금의 내가 온 이 자리. 
 바로 이런 걸음으로 찾아온 이 길이 그런 길이리라. 
 두려웠음으로 아름다웠던 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시게 아득한 길.
 가고 싶어도 쉬이 갈 수 없는 안타까움에
 언제나 경외와 불안함으로 주저하기만 했던...
 
 
 지금 나는 물레방아가 쉼없이 저를 공굴리는
 지하실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네 전화를 끊고 그리움이란 누군가를 호출
했을 때,
 그 호출부호는
 '이제...그만'이라고 마침표를
 찍고 있었다.
 일순,사막이 되던 가슴.
 그리하여 나, 이 자리 이곳까지
 한달음에 낙타가 되어 걸어왔다.
 
 
 아직도 사위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고
 만나야 할 사랑은 저만치 보이는 신기루처럼
 홀로 아름다워서 눈물난다.
 자꾸만 어긋나는 듯해서 자주 무릎을 포개개 만드는
길,
 그렇다. 
 그래서 나는 그리 겨워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길이 나의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선연하고 어둡기만 했던 이 길. 
 
* 여림 < 물레방아가 쉼없이 저를 공굴리는 지하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