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림시인
* < 계단의 끝은 벼랑이었다 >
환상의 빛
2022. 4. 20. 12:41
전화는 언제나 불통이었다. 사람들은
늘 나를 배경으로 지나가고 어두워진
하늘에는 대형 네온이 달처럼
황망했었다. 비상구마다 환하게 잠궈진
고립이 눈이 부셨고 나의 탈출은 그때마다 목발을 짚
고 서 있었다.
살아 있는 날들이 징그러웠다. 어디서나
계단의 끝은 벼링이었고 목발을 쥔 나의 손은 수전증
을 앓았다.